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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서진입가에머물다

문득 내가 깨달은 것


요즘 읽고 있는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신>의 한 대목이다. 문득 너무나 나와 닮았다는 생각이 들어 옮겨적고 싶어졌다.

인간으로 살던 시절에 나와 결혼을 약속했던 한 여자가 내 곁을 떠나면서 분재를 선물한 적이 있다. 그 선물에 딸린 카드에는 작별 인사 대신 나에게 일침을 놓는 농담이 적혀 있었다. <너는 나에게 관심이 없었어. 마음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몰랐던 거야. 그런 네가 이 식물을 보살필 수는 있을까?> 나는 오기가 났다. 그래서 가끔씩 화분을 물에 담가 주기도 했고, 특별한 세척액으로 닦거나 비료를 주기도 했으며, 잎이 시든다 싶으면 분무기로 물을 뿌려 주기도 했다. 하지만 그렇게 공들인 보람이 없었다. 나는 식물 하나도 제대로 건사하지 못하고, 그것이 내 눈앞에서 죽어 가는 것을 보았다.

우리 또래라면 잘 알겠지만 초등학교때 자기가 원하는 꽃씨를 선택해 작은 화분에 심어 얼마나 잘 키우는지를 알아보고 후에 이쁘고 멋지게 키운 아이들을 뽑아 상을 주던 행사가 종종 있었다. 물론 나도 한 두 번 참가해봤었지만 실제로 돌봐주는건 항상 어머니셨고 내가 직접 물을 주거나 비료를 준 적은 거의 없었다. 그 작은 생명에게조차 나는 그다지 진실한 마음이 생기질 않았던것 같다. 애완동물에게도 마찬가지여서 고등학교때 한 번은 자고 있는 내곁에 무언가가 자꾸 어슬렁거리고 부대끼는 느낌이 들어 깨어나보니 작은 강아지 한마리가 머리맡에 있었던 적이 있다. 놀라 허겁지건 일어난 나는 어머니께 왠 강아지에요 라고 물었는데 네녀석 심심할까봐 한마리 데려와봤다 라고 하셨었다. 그때까지의 나는 애완동물과 친숙하게 지냈던적이 없없던데다 강아지가 애교부리듯 손가락을 핥거나 얼굴을 핥는 다는 것에 대해 꽤 거부감을 가지고 있었다. 당연히 다시 돌려주라며 말씀드렸고 결국 지금까지 내가 애완동물을 키워본적 또한 없다. - 하지만 지금은 누군가의 덕분으로 그런 거부감은 없어진것 같다 -

지금의 내 모습, 누군가 왜 여자친구가 없냐고 물을때마다 그냥 둘러대기만했는데 나에게도 꽤 어울리는 적절한 표현들이 아닌가 싶다. 이 부분을 읽으며 내가 문득 깨달았던것은 바로 나 또한 마음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아직도 잘 모르고 있는 놈이라는 것과 자신 스스로를 사랑하지도 않으며 신경쓰지도 않기 때문에 결국 다른 무엇도 진정으로 사랑하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앞으로도 누군가를 좋아하고 사랑한다고 생각하는 날이 오겠지만 지금의 나는 누군가에게 받아들여지기엔 진실로 자격이 부족한게 아닐까...

오랜 시간 동안 내가 외면해왔던 내 자신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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